무명화 2017. 1. 20. 11:00

 

(벌초가 잘된 묘지)

 

벌초

 

우리나라는 묘를 주로 야산에 조성, 여름철이면 온갖 잡초가 봉분과 주변을 뒤덮는다. 그래서 추석 성묘를 앞두고 이러한 잡초를 베고 묘지를 단장하는 벌초(伐草)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추석 벌초는 처서부터 시작돼 이슬이 내리고 가을기운이 완연해지는 백로 무렵에 절정을 이룬다.

추석을 맞이해서는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이 효성의 표시와 도리로 여겼다. 추석 때 성묘와서 벌초를 안 했으면 보기에도 흉할 뿐만 아니라 불효의 자손을 뒀거나 임자 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됐다. 장기간 자손들이 돌보지 않아 폐허가 되다시피 한 무덤은 골총이라 한다.

벌초는 묘를 관리한다는 뜻으로 금초(禁草), 사초(莎草)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벌초와 금초는 산소 주변의 잡풀들을 제거하고 웃자란 풀들을 잘라낸다는 의미로 비슷하게 쓰인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벌초는 풀이 자란 다음 깎는 행위로 추석 전과 가을철에 쓰는 용어로 적합하고, 풀이 자라기 전 미리 잡초들이 못 자라게 방제하는 것으로 봄철 한식 때 하는 벌초는 금초로 표현해도 괜찮을 듯하다. 사초는 오래되거나 허물어진 무덤에 떼(잔디)를 입혀 잘 다듬는 일을 말한다.

속담에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이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정성을 다하지 않고 대충대충 일하는 것'을 뜻한다. 예전에는 처삼촌 묘를 비유하며 벌초를 하기 싫은 마음을 비유했지만, 최근에는 부모 묘소의 벌초도 바쁘다는 핑계로 돈을 주고 대행사에 벌초를 맡기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광주지역 생활정보미디어 사랑방이 지난 3일부터 2주간 광주시민 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10명중 6명은 조상 묘를 직접 벌초하지 않았다고 한다. 벌초를 직접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벌초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39.3%)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위험하고(28.2%), 바빠서(23.1%)라는 답변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것이 가장 성의 있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아쉽기도 하다.

출저:무등일보/약수터/윤종채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