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화 2017. 1. 20. 11:54

 

 

친자 확인

장필수

 

 

신화나 설화를 보면 친자 확인의 방법으로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 등장하곤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거대한 바위 밑에 숨겨진 징표인 신발과 칼을 찾아내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는 트로이젠의 공주 아이트라와 사랑에 빠졌다. 아이게우스는 트로이젠을 떠나면서 아이트라에게 아들을 낳으면 큰 바위 밑의 신발과 칼을 찾아 자신에게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어른이 된 테세우스는 어머니가 일러준 대로 아이게우스가 숨겨 둔 왕가의 검과 샌들을 찾아내 갖은 고생 끝에 아테네로 건너간 후 아들임을 증명하고 왕이 됐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유리왕이 아버지 동명성왕을 극적으로 상봉하는 과정이 나온다.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은 동부여에서 예씨를 만나 유리를 갖게 됐지만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졸본으로 떠났다. 동명성왕은 떠나면서 만약에 아들을 낳으면 일곱 모가 진 돌 위에 서 있는 소나무 밑에 숨겨둔 칼을 찾아 가지고 오면 아들로 맞겠다는 말을 남겼다. 성인이 된 유리는 일곱 모가 난 돌이 집에 있는 주춧돌이란 사실을 어렵게 알아내고 주춧돌 밑에서 칼을 찾아내 고구려 2대 왕에 오르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 공천 탈락자 명단을 두 개의 금고에 나눠 보관했다는 보도다. 동명성왕의 ‘부러진 칼’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데이터를 두 개의 USB 메모리에 나눠 보관했다는 것이다. 부러진 칼처럼 두 개의 메모리를 합쳐야만 공천 탈락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런 이벤트가 공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

 

같은 날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가 법원에 자신이 천 화백의 친자식임을 입증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차녀 측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천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천 화백은 생전에 미인도를 놓고 국립현대미술관과 위작 논란을 빚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천 화백이 어떤 유품을 남겼을지 궁금하다. 차녀가 친자로 확인되는 거야 간단한 일이겠지만 미인도 위작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광주일보/무등고/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