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능소화(凌宵花)는 하늘을 업신여기고 계속 기어올라가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장마를 알리는 꽃이라는 별명처럼 장마가 시작되기에 앞서 피기 시작합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금등화(金藤花), 자위, 내화능소화 등으로 불리고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 가끔 보이는 미국 능소화(C. radicans)는 잎 뒷면에 부드러운 털이 나며 꽃의 크기가 능소화보다 약간 작고 트럼펫을 닮은 모양인데 능소화보다 관상 가치가 떨어집니다.
유독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꽃가루에 갈고리 같은 것이 붙어 있어서 간혹 안과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능소화는 꽃, 뿌리, 잎, 줄기를 모두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꽃은 혈체로 월경불순, 산후통, 어혈 등에 좋고 뿌리는 자위근이라 하여 피부 소양, 풍진, 요각불수 등에 좋으며 잎· 줄기는 자위경엽이라하여 피부 소양, 인후종 등에 좋습니다. 다만 임산부는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능소회 전설
옛날에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아름다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습니다.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진 여자였다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었겠지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한 둘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떠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까지 가서 기거하게 되었는데 빈은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 갔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불행한 빈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은채 빈의 처소 담장가에 아무렇게나 묻히고 말았습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조금이라도 더 먼 곳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담장 높은 곳에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였습니다. 가지에 흡착 뿌리가 있고 덩굴로 크는 아름다운 꽃이었지요.
아무튼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합니다. 한이 많은 탓이였을까요?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요?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서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하여 함부로 능소화를 만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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