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이해인 꽃시

어느 꽃에게

무명화 2014. 1. 12. 04:48

이해인 수녀님 꽃시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


 
(시클라멘-내성적.질투.지나 가버린 사랑)

 

 

                어느 꽃에게

 

                                              이해인

 

                           넌 왜
                나만 보면
               기침을 하니?
               꼭 한마디 하고 싶어하니?

 

 

               속으로 아픈 만큼
               고운 빛깔을 내고
               남모르게 아픈 만큼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오늘도 나에게 말하려구?

 

 

               밤낮의 아픔들이 모여
               꽃나무를 키우듯
               크고 작은 아픔들이 모여
               더욱 향기로운 삶을 이루는 거라고
               또 그 말 하려구?

 

 

 


시클라멘

시클라멘은 꽃이 한군데로 모여서 피는데
나비 수십 마리가 내려와 앉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답니다.
새로 태어난 애기 꽃봉오리들을 보는 것도 즐겁고
독특한 무늬를 수놓은 듯한 하트모양의 잎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시클라멘은 '겨울의 꽃'이랍니다.
꽃이 가장 왕성하게 피는 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입니다.
서늘한 기온을 좋아해서 영상 5도에서 15도 안팎일 때
가장 예쁜 꽃이 핍니다.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기 때문에 난방이 잘된 실내에 들여놓으면
잎이 쳐지면서 시들시들 해집니다.
그러기에 해가 들면서도 시원한 '베란다'가 최적의 장소랍니다.

여름에는 시클라멘의 휴면기이기에 잠을 자면서 쉽니다.
잎이 거의 다 사라진 모습으로 여름을 나기도 합니다.
이때 시클라멘이 죽은 것 같다고 해서 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절대 버리지 마십시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싱싱하게 살아난답니다.
 


시클라멘 전설

봄 선녀들 중에서 가장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성격이 쾌활하였던
'시클라멘'을 신은 어느 선녀보다도 귀엽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시클라멘에게는 꽃 소식을 전하는 쉬운 일만을 시켰습니다.
흙을 뚫고 돋아 나오는 꽃에게로 가서
신의 명령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긴 것입니다.
   "자 앉은뱅이 꽃아, 넌 삼일 후에 꽃을 피우라고 신께서 말씀하셨단다.
흰 빛이나 보라 빛 중에서 네가 좋은 걸로 말야.
그리고 진달래 꽃아, 너에겐 아직 아무 소식도 전할 게 없으니
그래도 잠깐만 더 기다려봐."
   이렇게 꽃을 찾아 다니면서 반가운 소식만을 전하는
일을 맡아 보았으므로,
모든 꽃들은 그 누구보다도 시클라멘 선녀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시클라멘에게도 말 못할 괴로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자기를 사랑하던 젊은 양치기가
왜 그런지 자기를 멀리하려는 눈치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시클라멘은 자기를 멀리하려는
젊은 양치기를 붙들고 울면서 그 이유를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양치기는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들에 꽃이 피지 않아서 양들의 먹이가 없으므로,
그것을 찾아 다니느라고 너를 찾을 겨를이 없었단다."
   다만 이 하나만의 이유 때문이었다면, 시클라멘 선녀에게 있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클라멘에게 있어서는 신의 명령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양지기와의 사랑이었습니다.
   때문에 신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꽃을 피우라고
들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재촉하였습니다.

그런데 양치기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양 때의 먹이 때문이 아니라, 냇물의 여신과
숲에서 사랑의 놀이를 즐기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시클라멘은 배반당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 이상 땅에 내려오기가 싫어졌습니다.
더구나 신의 명령까지 어긴 자신의 추한 행동이 스스로 미워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늘을 오르내릴 때 입던 옷을 벗어 던졌습니다.
   이때 그 옷이 땅 위에 내려와 꽃으로 피어난 것이
'시클라멘' 이었습니다.
마치 하늘로 오를 듯 나비 모습을 한 시클라멘은
선녀의 옷이 변해서 피어난 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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